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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년 4월 페륜 모임
작성자 시누
작성일자 2019-05-07
조회수 221

※ [페륜] 4월 20일 모임 후기


 

- 일시 : 2019년 4월 20일 (토) 오전 11시 수유역 엔젤리너스까페

- 읽은책 : 도리스 레싱 저, [19호실로 가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54404


 


 



 


 

- <임은 선생님>의 감상평


 

"도리스 레싱의 단편 <19호실로 가다>를 읽었다.
수전은 삶(자아)을 찾기 위해서 19호실로 간다기 보다는 삶(자아)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19호실로 간다.

그리고 19호실은 텅 비어 있고(냄새는 있다),

그 단절과 공허가 그 방이 수전에게 필요한 유일한 이유다

(그래서 냄새가 있기는 하지만 텅 비어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수전은 19호실에서 아무 것도 찾지 못한다(마지막에 수전은 공기를 오염시켜 자살한다).

결혼 생활에서 수전은 실존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끝내 되찾지 못한다.

자신에 대해 마지막까지 알지도, 솔직해지지도 못한다.


남편의 첫 외도를 알고 공허감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그것은 다만 계기일 뿐, 원인이 아니다.
남편에게 더블데이트를 제안받고 자살하지만, 그것이 자살의 이유가 아니다.
19호실에 머무는, 방과 동화된 수전을 살아있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의 공허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결혼 때문에? 육아 때문에?

사회생활을 접고 남편에 종속된 삶을 살아서? 이 모든 것이 복합된 이유로?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중산층 주부 수전의 삶의 공허감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수전을 자살로 몰고 간 것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남편은 왜 수전과 같은 공허감을 느끼지 않을까?

남편은 어떻게 바람을 피울 '열정', 에너지가 있는 것일까?

왜 남편은 수전처럼 소진되지 않았지?

수전이 죽은 뒤 남편은 어떨까?

수전의 바람대로 소피와 결혼할까?

아니면 남편도 수전과 같은 공허감에 사로잡힐까?

나는 남편에겐 아직 계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은 근대 이전의 '공동체'를 대신하지 못한다.

'공동체'에는 직접적으로 살아야 하는 규율과 윤리와 평판이 있다.

가족은 공동체 안에 있다.

그러나 도시의 '가족'은 공동체와 무관하다.

재생산을 위한 공장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국가는 공동체와는 다르다.

나는 개인주의자이고, 근대 이전의 공동체를 이상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코 살고 싶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말해두겠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속도가 다른 진화에 관해서다.

산업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인간의 심리적 진화에 대해.

이성의 진화에 따르지 못하고 과거 그대로인 인간 심리의 진화적 단계에 대해.

나는 빨리 뒤쳐진 것들이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기를 바란다.

종교라든가, 온갖 비이성이라든가.

최근에 다시 읽은 르귄의 단편 <뉴턴의 잠>은 이 지점에 대한 흥미로운 사고실험을 보여주는데,

르귄은 낡은 비이성의 유산을 극복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일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음이 진화에서 뒤쳐진 수전과 달리 마음이 이성 따라 진화한 아이크의 불행.

그에게 강요되는 마음의 역진화, 비극.


나는 수전이 그 두 진화 사이의 균열에 빠져 죽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더 진화했기 때문에 바람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덜 진화했기 때문에,
아직 균열이 작아서 빠지지 않았고, 죽지 않았다. 남편은 아직 '가부장'이기 때문인 것이다.


레싱은 소설 시작부분에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적어두었다.

부부는 이성적인, 근대적 이성을 따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레싱의 이 서두는 어딘가 과거 지향적으로 들린다.

지성 혹은 이성이 문제인 것처럼. 이 부부의 삶은 그가 창조한 세계이긴 하지만,

독자로서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그것은 지성의 실패가 아니라 마음의 실패다.


어쩌면, 나는 개인주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개인보다 공동체가 앞서는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끔찍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이성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그런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걸지도 모른다.

마음이 이성의 속도를 따라잡아 진화하면 지금 지구 만큼이나 삭막한 인간 세계가 될 지도 모르겠다.

나의 삶은 수전과 전혀 닮은 곳이 없는데도, 나의 마음은 그의 외로움과 공허감에 깊이 공감하며 동류의식을 느낀다.

그래도. 돌아갈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여자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수전과 같지만, 아이크가 미래다.

하지만 아이크는 엄격하게 선별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구별에서 탈출해

꾸린 공동체와 가족이 비이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고독 속에 지켜본다.

와중에 아이크가 여전히 '가부장'이었다는 것이 비극이 아닌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상상해 볼 여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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